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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중 내내 정신 없이 살다가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건 직장생활을 하고 난 이후로 생긴 버릇인데 (학생 때의 주말이라는 알바를 조금 더 길게 할 수 있는 일정일 뿐, 딱히 기다리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또 한주가 갔네, 좀 우울한? 그런 느낌을 받았었어요.),
본래 비혼주의자였던 내가 어쩌다 보니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까지 하고 있는 데, 그 변화된 일상 속에서 딱 하나 변하지 않는 건,
정말이지 금요일 저녁과 토일이 너무너무 기다려 진다는 것일 겁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마음이 몽실몽실 해져서 주중 내내 곤두서 있던 신경이 그나마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고요,
토요일에는 일주일 내내 먼지가 쌓였을 온 집안을 청소할 수 있는 기쁨에 룰루랄라 신이 나구요,
일요일에는 일주일 동안 먹일 아이의 일용한 양식을 만드느라 참 바쁩니다.
주변에서 사다 먹여도 된다고들 말씀 많이 하시는데,
괜히 내키지 않은 까닭은 아마 밥도 집밥, 배달을 시키는 것은 지구에 대한 해악이자 우리 몸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고리따분한 가치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한 몸 챙기기 위해서도 돈을 버는 것인데,
아이를 낳고 나서 몸을 너무 혹사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존감이 너무 낮았던 터라, 우선순위에 저를 올리는 그 노력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마냥
육아에 모든 걸 내던지는 건 아니었나 경계를 하게 됐는데
돌이켜보니 내 몸도 나름 살뜰이 챙기면서
집이 돼지 우리가 되어도 내 몸이 아프면 두 눈을 질끈 감게 되더라구요.
예전의 못난 저였다면,
힘든 몸을 이끌고 이고지고 청소하고나서 괜히 심통이 나 말도 안하고 기운 처져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게 얼마나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안 좋은 모습이면서 행동인지 이제는 알고 있기에,
나의 감정을 많이 들여야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주말 내내 엉덩이 붙이고 있을 시간도 없고, 잠시 잠을 청할 시간이 없이 발 동동 구르며 지내는 데도 , 그렇게 심적으로 우울하진 않아요.
아마 먼 훗날,
식어버린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 뒤를 쫓으며 뒤처리를 하는 것도,
기저귀 갈고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고 , 이 팬턴 두세번만 하면 하루가 쑥 지나가버려도,
어쩜 오늘의 이 하루가 참 그리워질 날이 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거든요.
아이는 훅훅 자란다는데
벌써 우리 아가도 훅훅 자라서 걸어 다녀요.
천천히 커도 되는데,
꼬물이가 발에 힘이 들어가고 손가락을 자유자제도 움직이며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데 주저함이 없음에
기쁘다가도 어린 시절이 너무 빨리 자나가버려서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말로만 들었던 워킹맘의 세계가 이렇게 1분 1초를 앞다투어 보내는 시기일 줄은 전혀 몰랐어요.
직장생활도 순조롭게 잘!! 정말 잘!!! 하고 싶고,
귀한 우리 아가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어린이로! 청소년으로! 그리고 청년으로!! 키우고 싶고,
뷰티도 놓치고 싶지 않기에 늘씬한 몸매와 좋은 피부 풍성한 검.은.머리카락(새치/흰머리 엄청 많아짐..)을 갖고 싶어요.
재테크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직 노후 준비가 안 되었기에.........어흑 ㅠㅠ
일단 시작하고 실행에 옮기는 저는
오늘도 계획을 착착착 실행에 옮겼습니다.
가장 귀찮은 건... ... 몇 년간 임대차관계로 잘 지내왔던 세입자분이 새 아파트에 입주하신다며 퇴거 하시겠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우리 집주인 언니는 집을 팔아야 겠다고 하시고.. ㅎㅎ
거의 10년이란 기간 동안 임대해준 집에서 잘 지내신 (여전히 신혼같은)부부는 신축에 입주하신다고 하셔서
축하 선물 하나 해드리고 싶은데,
강아지 안키우리고 하셔놓고 키우신 걸 남편한테 들켜버리셔서 골치가 아파요.
가능하면 좋게~좋게~가 제 모토인데, 우리 부부는 집주인이 하지 말라는 건 나중에 퇴거할 때 문제 생길까봐 칼같이 지키려고 하는데,
왜 강아지를 키우셔서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만드시는지.......
말씀이라도 하시지... 강이지 키워보 집은 아실거예요(친정/시댁 모두 큰강아지 있음, 심지어 세마리).
냄새나요........................ 털 날려요................................. 아무리 임대해 드렸다지만.. 그 집 소중한 집이에요.
에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골치가 아픕니다.
그 와중에 요리를 하면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담뿍 담뿍 담았어요.
우리 아가가 먹을 이유식이기에 ㅎㅎ
9개월이 된 아가의 이유식은
1. 유기농 쌀/잡곡으로 밥을 먼저 만들고 ( 엄마를 유난이다 했는데, 내가 유난 이어따... )
2. 당근/감자/애오박/소고기 큐브는 남았으니까 패스 (ㅋㅋ.. 다행임. 시간 줄임)
3. 사과 종종종종 썰어서 + 먹다 남은 유기농 초기 쌀가루 + 먹다 남은 유기농 초기 오트밀 + 달걀 + 우유 휘뚜루 마뚜루 섞어서 팬케이크 만들기.
4. 어제 삶아 놓은 동물복지 계란 두 알 껍질 벗겨서 깨끗하게 씻은 후 1개 준비하기
5. 완숙 토마토 전자렌지에 3분 놀려서 껍질 까고 가위로 종종 썰어서 준비하기
6. 잡다한 설거지/ 우유병씻기/ 아가 들쳐업고 똥 기저귀 갈기/ 빨래하기/ 집 치우기? 이건 덤으로 그냥 함.
엄마표 첫 사과 팬케이크를 우리 아가가 너무너무 잘 먹어주었어요.
엄청 뿌듯함.
손 힘 기르리고 손 앞에 그릇을 놓아 주었는데
옴냠냠냠냠냠 하면서 잘 먹어요.
요요요요요요 이이쁀것!!!!!!
오늘도 잘 살았습니다.
내일도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