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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민자의 삶을 '기발하게' 그려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줄거리는 멀티버스 세계관에서 딸을 구하려는 엄마의 고군분투기를 B급 감성을 이용해 흥미롭게 담고 있습니다. 착하지만 유약한 남편 웨이몬드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에블린은 세탁소의 서툰 운영방식으로 인해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를 받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은 영수증을 앞에 두고 가족의 식사와 세탁소 운영, 늙고 병들은 아버지 수발과 커밍아웃을 한 딸의 여자친구 배키와의 탐탁지 않은 만남까지 많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탓에 정신이 없습니다. 에블린이 배키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딸인 조이는 엄마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배키를 그저 친구로만 소개하는 엄마 에블린에게 실망을 하고, 함께 국세청으로 가 통역을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어긴 채 집을 나와 버립니다.
에블린은 가압류 위험에 처한 세탁소의 비용을 보고하기 위해 국세청으로 향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우주에서 온 웨이몬드와 만나게 됩니다. 웨이몬드는 에블린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빠르게 전달하고 다시 사라집니다. 현우주에 있는 웨이몬드는 에블린과 대화했던 것을 전혀 기억 못 하고, 에블린은 다중우주의 그로부터 전달받은 미션을 수행해 다시 만나게 되지만, 블랙홀을 만들어 모든 우주를 없애버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조부 투파키의 수하 평행우주의 디어드리(국세청직원)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전에서 보고 맙니다. 겁에 질린 채로 현재우주로 되돌아온 에블린은 다중우주의 영향으로 수만수천의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경험하게 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조부 투파키가 조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블린은 딸이 변한 이유가 조부 투파키가 딸에게 들어가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우주를 집어삼킬 베이글을 만들어버린 조부 투파키를 없애기 위해 다중우주의 웨이몬드와 에블린의 아버지까지 나서게 되자 조이를 포박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조부 투파키인 조이를 없애려고 명령하는 아버지에게 커터칼을 받아 든 에블린은 아버지는 자신을 버렸으나, 본인은 딸을 버리지 않겠다며 커터칼로 포박된 조이를 풀어줍니다.
천마행공, 사람의 잠재력과 상상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이 영화는 기존의 멋지고 용감한 히어로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멀티버스의 소재를 가져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영리한 연출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신선하지만 괴랄하면서도 대중성을 겸비했기에 많은 영화팬을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개봉당시 북미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고 흥행했는데, 개봉 한 달 후 북미에서만 약 2,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제작비 회수는 물론 북미흥행수익 4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주요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그 힘을 입어 총 158개의 상을 받기에 이릅니다. 제작비가 비싼 블록버스터가 아님에도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랜드슬램'5개 부문 중 남우주연생을 뺀 4개를 수상하며 무려 7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록을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영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천마행공(天馬行空):천마가 하늘을 날아다닌다'으로도 불리는데, 사람의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이 발현되어 그 재주가 비상함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는 이 영화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군대를 갖고 있는 다중우주의 알파아버지에 대항하는 에블린이 가수로 활약하는 에블린의 폐를 이용해 최루탄에 맞선다거나 피자판을 들고 홍보하는 에블린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방어한다거나, 가장 살고 싶었던 삶인 유명한 배우가 된 에블린에게 빙의되어 자수성가한 웨이몬드를 마주하는 등의 기발한 상상력은 관객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즐거움을 줍니다. 인류의 손가락이 소시지어서 발가락을 손처럼 활용해야 하고, 하다 하다 생명이 없는 우주에서는 돌이 되어 조이와 진솔한 대화를 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소재적 독특함을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기억하게 만듭니다. 다양한 영화의 오마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화양연화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거나 에블린이 계속 다르게 말하는 라따뚜이의 유쾌한 모습이 그렇습니다.
실제로도 흥미로운 등장인물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등장인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입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양자경배우의 단독 주연물로 조연은 웨이몬드 역의 키호이콴, 모든 사건을 만든 조부 투파키와 조이역은 스테파니 수가 맡았습니다. 주인공들이 동양인이지만 제작과 감독은 미국인입니다. 수많은 멀티버스 속 에블린을 맡은 양자경의 연기는 다양한 삶 속의 직업군과 기술들을 선보이면서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의 위화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지 않았나 합니다. 1세대 이민자의 팍팍한 삶을 보여주다가 조부 투파키에 맞서 훌륭한 무술을 보여주다가도 우아한 여배우의 모습까지 겸비한 그녀는 한국인이 사랑한 양자경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돋보이는 조연은 단연 키호이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역으로 데뷔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아역 이후의 동양인 역할이 많지 않아 배우의 꿈까지 접었던 그는 근 20년 만의 스크린복귀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정하고 유약한 남편의 역할에서부터 냉철하지만 용맹한 알파 웨이몬드역을 훌륭히 해내었습니다. 그의 수상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베트남의 보트피플(전쟁난민)이었던 그가 미국으로 이주한 뒤 아역으로 유명해졌지만, 배우의 꿈을 접을 수 박에 없었던 현실에서 좌절했던 이야기는 유명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산업에서 멀어지지 않고 연출과 제작에 꾸준히 참여해 결국 오스카 상까지 탄 그의 이야기는 감동을 줍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동양인 배우가 주연이 된 영화가 상영을 한다는 점과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은 점에서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전한 웨이몬드 역은 그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한 고마운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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