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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도 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황후화, 황금의 저주로 불리는 중국판 사극 판타지를 보다

영화 황후화는 황궁 내의 권력, 열망 그리고 배신에 대한 이야기를 황실의 거대하고도 압도적인 웅장함과 정치적 음모로 풀어놓습니다. 영화의 미장센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금색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데, 스크린 가득 담긴 금빛의 향연은 마치 화려한 고대의 유물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주요 등장인물과 장소는 황실가족과 궁궐입니다. 병색이 짙은 황후가 화려한 궁중 예복을 입고 등장하는 여러 무리의 여자 시종들이 올리는 탕약을 손을 떨며 시음하는 모습부터 영화는 시작합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탕약을 들이켤 수밖에 없었던 황후는 황제가 내렸다는 부분에서 눈꼬리를 흐립니다. 이에 관객은 황제와 황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극 초반부터 눈치챌 수 있습니다. 황후는 끙끙 앓는 와중에도 금실로 같은 모양의 조각보에 수를 놓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조각보는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테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거라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의 부제인 '황금의 저주'라는 타이틀 때문일 겁니다. 장이머우 감독은 로열패밀리가 갖고 있는 비밀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어놓으며 관객들에게 화려한 세트와 호화로운 의상들을 보여줌으로써 부와 권력이 그들 발 밑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다 가졌지만 황후에게 몸을 상하게 하는 탕약을 보내고 있는 황제의 심중은 헤아리기 어려우며, 황후는 본래 정비 사이에서 난 아들인 첫째 아들을 사랑하고 있는 기이한 형태의 가족을 보여줍니다. 황후가 첫째 아들을 남자로서 대하고 쟁취하고자 하는 이유에는 차기 황제에 대한 욕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첫째 황태자도 새어머니와 깊은 관계를 맺었을지라도 궁안의 젊은 시녀와 사랑놀음을 하고 있을 뿐 황제의 자리는 관심이 없습니다. 세명의 황태자 중에 막내가 가장 황제의 자리를 탐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영화 막바지에서 제 것이 아닌 것을 탐하는 황태자를 황제는 허리에 차고 있는 금테 두른 굵고 무거운 허리띠로 가장 귀엽고 어린 황태자를 때립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식을 사지로 내몬 황제는 마치 본인 아이가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었다는 고대 그리스의 신 사투르누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머니인 가이아와 힘을 합쳐 아버지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몰아내어 왕좌를 차지하나, 그 역시 자식에게 권력을 빼앗길 것이라는 저주를 받게 되자 아이가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기에 이른 잔인한 신입니다. 황후가 가장 신임했던 본인의 아들인 둘째 황태자가 어머니의 부탁으로 반역을 일으키나 처참히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마지막을 맞이하게 됩니다. 궁중 시녀와 사랑놀음을 하던 첫째 황태자는 그녀가 배다른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식음을 전폐합니다. 시작이 어떠했듯 황실의 가족은 그 누구 하나 좋은 결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화려함 그 이상의 것들로 온몸을 치장하고 사치를 누렸지만 비정상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저주하고, 황후는 가장 사랑한 자식인 둘째 황태자의 죽음을 목격하며 그녀를 칭송했던 수많은 병사들의 피가 황제의 힘으로 순 식 같아 묻히는 것을 보며 절규합니다.

내가 인상 깊게 본 중국 영화의 대부분은 장이모우감독의 작품이었다.

모든 작품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특정 장르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작품활동을 한 장감독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개인적으로 홍등이었습니다. 이번 영화평과 동일하게 영화 제목에 특정 색깔이 들어갑니다. 황후화는 금색인 골드를, 홍등은 붉은색입니다.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일 것만 같은 옛날 중국식 건물은 온돌생활은 한 까닭에 뜨끈한 바닥이 익숙한 저에겐 상당히 괴리감이 느껴지는 건축물이었습니다. 포근하고 따뜻해야 할 집이 차갑고 건조하며 생기하나 돌지 않은 회색 빛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홍등은 이러한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룹니다. 배경은 1920년의 중국으로 가부장적인 중국사회를 다뤘습니다. 부자인 진나리 집의 네 번째 첩으로 들어간 송련(공리 분)은 매일 아내를 바꿔가며 잠자리를 하는 남편의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에 처해 있었습니다. 선택받은 아내의 집 앞에는 홍등이 걸리게 되는데, 이 와중에 세 번째 부인이 불륜으로 죽임을 당하지 순수하기만 했던 소녀 송련은 결국 정신착란증세를 일으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본인의 아내들이 바람이 피우면 죽이면 되고, 그런 환경에서 병에 걸리면 내쫓으면 그만인 남편인 진나리는 다섯 번째 부인을 맞이함으로써 애처로운 생명들이 스러져가더라도 단단한 봉건적 사회가 유지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장이머우 감독은 이렇듯 그의 시각적으로 놀랍고 감정적으로 시사적인 영화로 유명한 주로 호평을 받는 중국 영화감독입니다. 그는 1950년 11월 14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은 198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중국문화를 탁월하게 연출하였는데 상대적으로 약자의 시선에서 출발해 세심하고도 복잡한 주제들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황후화의 미장센에 심취하여 감독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참 놀랍게도 인상 깊었던 중국영화들이 그의 작품들이었습니다. 홍등을 비롯해 연인 와 영웅이 그러했고 이번 황후화는 부의 상징인 골드를 이용해 장이모우 감독 특유의 비극적인 서사를 그려냈습니다. 감독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1987년 데뷔작인 '붉은 수수'일 것입니다. 중국 시골을 생생하게 묘사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해당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모티브가 실제 역사인 오대십국시대의 명종

황후화는 중국 사극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특정 왕조나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배경은 10세기라고 영화 초반 자막으로 알려줍니다. 원작은 1930년대 민국재벌가의 왕자의 난으로 현대극을 사극에 투영시켜 제작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상이나 궁궐, 황실 예법이나 배경 등의 고증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영화 제작에 영감을 주었다고 추측할만한 시대는 오대십국시대의 후당이 가장 유사하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실제 후당 명종이 병에 걸리자 차남은 반역을 일으켜 왕위를 뺏고자 합니다. 왕후는 양나라 공주로 나오는데, 명종은 양나라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뒀기에 왕후와 사이가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의상, 호화로운 세트 그리고 눈을 뗄 수 없는 복잡한 의식들은 궁궐 내 정치적 음모, 황실 가족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들을 강조하는 역할로 쓰입니다. 서로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황실가족의 반전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매년 성대한 제사까지 치르며 극락왕생을 빌었던 첫 번째 정비가 살아있었고 재혼을 해 여자아이를 낳았다는 설정이나 새어머니와 아들의 이상한 관계, 가장 어리고 귀여우면서도 욕망과 욕심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 셋째 황태자의 이질적인 모습은 저 왕조가 오래가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반역을 준비하는 황후에게서 도드라지게 보이는 특징은 '황금꽃 조각보'인데 금실로 국화를 수놓은 천이었습니다. 국화는 중국에서 예술적이고 고상하며 우아한데, 대표적으로 순종을 상징하는 것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아마 본인의 나라를 침략한 약탈자한테 시집와 순종을 해야 했던 자신의 삶이 결국 황제를 제압하는 무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 것 같습니다. 다만 방법이 민심을 얻지는 못했을 것 같고, 결국 파멸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불안한 시대만큼 불완전한 가족을 보여준 중국판 사극 판타지 황후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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