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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올마이티 : 전능한 힘을 갖게 된 남자! 그의 이야기

내가 주인공이라면 하고 싶었던 일들이 너무 많다.

2000년대 초반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라면 따뜻하면서도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브루스 올마이티를 관람하면서 저절로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내가 브루스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15만 개가 넘는 메일을 받고 확인하고 답변을 주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2023년을 살고 있는 저는 전능을 갖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습니다. 극 중 소개되는 에피소드처럼 로또 당첨이 되어 세상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고 싶고,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늘 승리하였으면 좋겠으며,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일 원하는 것 하나는 지구의 온도를 적어도 1900년대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아니면 지구상에 퍼져있는 탄소들을 모두 소집하여 없애버리거나, 신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을 독려해 기후 위기를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도 저렴하게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할 것 같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재앙들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사시사철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요로움이 결코 공짜가 아니었음을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도 전능을 갖게 되었을 때 하고 싶은 일중에 하나입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시위를 하면서까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려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해 보여서 솔직히 많이 걱정됩니다. 빌 게이츠는 우리 인류를 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것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신소재발견, 신기술의 적용, 석탄에너지와의 이별이 1~2년 이내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힘을 합친다면 공동의 목적을 위해 정책을 발의하고 낭비를 줄임으로써 에너지를 아낀다면 후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주인공이고 전능을 갖게 된다면, 모든 인류에게 위기의 상황을 알리고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스크맨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던 짐캐리의 역작 중 하나는 브루스 올 마이티입니다. 2003년 개봉된 이 영화는 아메리칸 스위트 헐트라고 불린 제니퍼 애니스턴도 출연했다는 점에서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2000년대 초반, 막 90년대를 지나쳐오면서 만들어진 영화는 그때 당시의 도시와 사람들의 패션과 더불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어린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 사랑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보석과도 같은 경험을 선물해 주기 위해 짐캐리식의 유머와 모건 프리먼의 알쏭달쏭한 표정들을 보여주며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영문 제목을 한글로 굳이 옮기자면 브루스란 남자의 전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전능한 신이 승진도 불발되고 퇴사할 수밖에 없는 어떤 남자의 최악의 날에 나타나 그의 불평불만을 더 이상 듣지 못하겠으니, 본인의 힘을 가져가 쓰라고 하면서 발생되는 사건들을 묘사합니다. 일이 풀리지 않아 불만이 가득한 브루스의 기도를 더 이상 듣지 못하겠다는 신이 있다는 설정은 실제로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신 하나님의 대변인이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하게 만듭니다. 특별한 계기로 전능을 이어받은 평범한 남자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영화는 상기시켜 줍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과한 표정으로 웃음을 유발하다가도 좌절 앞에서 무너지는 안타까운 브루스의 모습은 즐거우면서도 슬픈 심오한 인생 또한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오프닝 크레디트가 공개되는 순간부터, 브루스 올마이티는 재미있는 모험이 가득한 가벼운 영화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관람을 하고 나면, 내 인생의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들게 합니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기독교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뼈대는 신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불만을 토로하는 브루스에게 전능이 생기며 발생되는 문제들을 코믹하게 그렸지만, 브루스도 예의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쉴 새 없이 하는 지각이나 상사하게 무례하게 군다던지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이용하는 모습이 종종 비칩니다. 이렇게 불완전한 인간이 막강한 권력과 힘을 갖게 되는 서사는 그 자체로 종교인들의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브루스의 자기중심적인 성향과 권력의 남용은 은혜롭게 받는 전능을 악하게 쓰이는 것과 다름이 없었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이타심, 배려 그리고 사랑을 고려했을 때에야 비로소 구원을 받게 된 서사는 기독교인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는 종교적인 가르침과도 이어지는데 용서, 두 번의 기회, 그리고 내적인 변화와 가능성은 대중의 충분한 공감도 하게 했습니다. 이기심과 교만으로 인한 파멸과 혼돈 속에서 인간은 결국 신에게 구원을 받는 줄거리로 기독교 영화로 구분돼있기도 하지만, 기독교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직접적인 종교와의 접점이 영화 여러 곳에서 있었음에도 일반 대중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가볍게 만들었기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시청하기에 무리가 없는 부분도 그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간혹 오래된 영화를 보다 보면 시대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예민한 사안들에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있지만, 최근에 다시 본 브루스 올마이티는 전혀 그런 장면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신을 평범하고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고 하여 상영을 금지했다고 하고, 말레이시아는 청소년관람불가로 등급을 규정지어 개봉했다고도 합니다. 이렇듯 종교과 관련하면 예민해지기도 하는데, 대중의 사랑을 받아 제작비의 6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어들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하니 얼마나 대중적이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조연으로 출연하는 등장인물들의 사연에도 흘려보내지 않고 신이 언급하도록 한 것은 소시민들의 익숙한 하루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기적과도 같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미소 짓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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