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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

가족들은 마법을 갖고 있지만 혼자만 마법을 갖고 있지 않은 곱슬머리의 귀여운 소녀 미라엘의 이야기

까만 곱슬머리에 동그랗고 귀여운 안경을 끼고 시종일관 발랄한 미라벨은 가족 구성원이 모두 마법의 힘을 가진 매드리갈 가족의 일원입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미라벨은 마법의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 또래 구성원들의 무시를 받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수장인 할머니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미라벨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은 자칫 우울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던 미라벨을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로 자라도록 만들었습니다. 콜롬비아의 마법의 마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매드리갈 가족은 그들의 선조로부터 고대 기적이라 불리는 능력을 각자 부여받았습니다.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각자의 방문에는 각기 갖고 있는 능력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러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그림을 자랑스러워하는데 안타깝게도 미라벨은 어릴 적 그림이 나타나야 할 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아 무 마법자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이런 신비의 매드리갈 가족은 마을의 사람들에게 엔칸토의 마법을 보호하는 수호인으로 알려져 왔으며, 가족 구성원이 갖고 있는 특유의 힘으로 각자 마을의 운영을 책임지고 이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마법의 힘을 나타내는 집의 가장 위쪽에 자리한 촛불의 힘이 약해지고 있음을 비밀로 하고 전전긍긍하던 알마할머니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힘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손자손녀들이 어서 커서 힘을 보태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촛불이 약해지고 있고 자신의 가족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운영까지 책임지고 있는 마법의 힘이 약해지고 있음을 알게 된 미라벨이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가족의 과거와 비밀을 파헤치는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모험에서 가족들 사이에서 사라진 브루노 삼촌을 알게 되고, 엔칸토의 마법의 힘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선조들이 당한 고초와 희생을 알게 됩니다.

라틴계 이민 가족에게 치유의 힘을 선물해 준 고마운 시간을 준 영화

영화 엔칸토는 라틴계 이민 가족을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디즈니의 전작 코코도 라틴계 인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종종 엔칸토와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엔칸토가 가진 차별성은 제작진이 미국의 심리치료사들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전쟁과 빈곤을 피해서 피난 온 라틴계 1세대 이민가정 부모와 그의 자녀들이 겪는 세대 갈등과 엔칸토의 등장인물들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미라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사벨라는 할머니로부터 아이 다섯을 낳아야 한다는 요구나 가족은 원하지만 그녀는 원치 않은 결혼을 애써 웃으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꽃을 피우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이사벨라는 등장부터 꽃으로 둘러싸여 화려하고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듯 하지만, 아름다워야만 하는 자신과 다르게 아무런 능력이 없어도 부모님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미라벨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이사벨라는 부모님 세대의 고생과 희생을 알고 있기에 그들의 노력으로 발판 삼아 자라온 자신 세대는 더 많은 아이들을 양육해야 함에 부담감을 갖고 있습니다. 인구수가 곧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힘이 센 루이자는 산도 들어 옮길 만큼의 괴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녀의 첫 등장은 여러 마리의 당나귀를 이고 지고 마리엘 앞에 나타나며, 그런 그녀를 할머니는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아주 강한 힘을 갖고 있으니 두려움과 걱정거리가 없을 거라 여겼던 루이자도 쇠퇴하는 마법의 힘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라벨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자신의 어깨에 있는 무게가 너무나도 힘들었고, 점점 힘이 약해지는 것 같아 걱정과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루이자는 장녀와 장남을 대변합니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고 챙겨야 하는 이민 2세대는 또래와 어울릴 시간에도, 학업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도 가족의 기대와 책임감에 자유롭지 못했을 겁니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이런 2~3세대들이 윗세대와 갈등을 겪을 때 생기는 분노의 원인을 잘 알지 못한다고도 말합니다. 가족을 중시하고 자녀를 낳아 대를 이으며 문화와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무의식적으로 남아 가까워야 할 관계를 오히려 멀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진실된 용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 미라벨은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녀의 진정한 힘은 바로 '용기'라고 봅니다. 그 누구도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은 부르노 삼촌을 가족의 품 안에 돌려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걱정과 근심을 밖으로 표현해 가족의 위안과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것도 바로 미라벨 덕분이었습니다. 미라벨의 역할은 자칫 배척당하는 미운오리 새끼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만, 영화는 이 부분을 어른이면서 삼촌인 부르노에게 투영시키는 현명한 방법을 채택합니다. 밝고 쾌활한 미라벨 캐릭터와 다르게 그녀가 처한 환경은 매드리갈 가족에 섞일 수 없음을 영화 내내 보여줍니다. 그리고 단지 그녀가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던 곳은 그녀의 부모님이었습니다. 돌연변이와 같은 그녀를 할머니조차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지만, 깊고 진실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미라벨은 그런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전진합니다. 벽에 갇혀서 상처를 그려내고 있는 삼촌 부르노는 신경발달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족으로 그려집니다. 가족들에게 언급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고, 기피대상이 된 그는 겉으로만 다정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를 보여줍니다. 같은 위치에 있었으나 다정한 부모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건강하게 자란 미라벨과 브루노는 대조적으로 표현되며, 앞서 언급하긴 했지만 어린아이가 그런 아픔을 감당하는 것보다는 어른이 감당하도록 표현된 것이 엔칸토의 좋은 점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큰 상처를 갖고 있는 브루노가 가족들 몰래 벽 안에서 상처를 그리며, 결국 모두 위험에 처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 것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일지 고민하도록 만들게 했습니다. 겉모습이 어떻듯, 가진 능력이 어떤 것이든 조건 없이 사랑을 준다는 것은 어쩌면 진실된 용기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용기라는 잠재력을 가진 매력적인 소녀 미라벨과 함께 하는 영화 엔칸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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